요즘 같이 선선한 날씨가 이어지는 가을이면 각 초등학교 운동장마다 ‘청군 이겨라! 백군 이겨라!’를 외치는 응원소리와 함께 가을 운동회가 열리는 모습을 많이 볼 수 있는데요, 전교생이 한데 모여 체력을 다지고, 협동심과 책임감, 스포츠맨십을 배울 수 있는 아이들의 작은 올림픽 운동회! 오늘은 운동회와 관련된 이모저모에 대해 이야기해보려고 합니다.
우리나라의 처음으로 열린 운동회는 1896년 5월 2일 평양의 한 영어학교에서 삼선평으로 소풍을 가 영국인 교사 허치슨(Hutchison)의 지도 아래 개최한 화류회(花柳會)라는 운동회였는데요, 당시의 경기종목은 300보, 600보, 1,350보 경주와 공 던지기, 대포알 던지기, 멀리뛰기, 높이뛰기, 이인삼각, 당나귀달리기, 동아줄 끌기(12인조) 등이었다고 합니다.
운동회가 열리는 날 운동장 하늘 위에 나란히 줄지어 펄럭이는 만국기는 운동회의 상징과도 같은 존재인데요, 만국기의 유래는 1851년 영국 런던에서 열렸던 제 1회 만국박람회 (현재의 엑스포) 때 참가국의 국기를 줄지어 늘어놓은 것에서부터 시작됐다고 합니다.
이러한 국기 장식을 일본이 메이지 중엽에 모방, 줄에 종이재질로 된 국기를 장식한 것이 개화기 또는, 일제 강점기 때 우리나라에 들어온 것으로 추정된다고 해요.
만국기(萬國旗)라는 이름과 달리, 만국기는 실제로 200개가 넘는 모든 국가를 망라하고 있는 것은 아닌데요, 주로 우리나라와 관계가 깊은 주요 국가나 각 대륙별로 대표성을 갖는 주요 국가 등 몇몇 국가의 국기만 포함됩니다.
우리나라를 비롯한 동양에서는 동서남북 방위를 나눌 때 흔히 ‘좌청룡 · 우백호 · 남주작 · 북현무’라는 사방을 지키는 동물 수호신을 이야기했는데요, 용과 호랑이가 좌우(동쪽과 서쪽)을 지키고 있고 이 둘이 싸우면 우열을 가릴 수 없다고 하여 운동회와 같은 경기를 할 때 청군과 백군으로 나눠 청백전이 됐다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또, 다른 유래로는 청백전이 일본에서 유래된 것이라는 설이 있는데요, 일본에서는 홍백전이라고 하여 홍팀과 백팀으로 나누어 경기를 하는 일이 전통적이라고 합니다. 이러한 홍백전은 일제시대 때 우리나라에 전해졌는데요, 해방 이후 남북이 분단되고, 좌우 이념 대립이 심해지면서 빨간색에 대해 정치적으로 부정적인 인식이 강조되면서 홍색 대신에 청색이 사용되기 시작했다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우리나라 고유의 민속놀이 중 하나기도 한 줄다리기는 많은 인원이 두 편으로 나뉘어 양쪽에서 줄을 잡아당겨 승패를 겨루는 경기인데요, ‘영차~! 영차~!’ 구령에 맞춰 줄을 잡아 당기면서 협동심을 길러주고 간편하게 즐길 수 있어 인기가 높은 종목이에요.
‘운동회의 꽃’이라고도 불리는 이어달리기는 일정한 구간을 몇 명의 선수가 한 조가 되어 차례로 배턴을 주고 받으면서 달리는 육상 경기인데요, 명실상부 운동회의 가장 하이라이트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종목입니다. 경기를 하는 선수들도, 응원을 하는 사람들도 마지막까지 긴장을 놓을 수 없는 짜릿함으로 운동회의 대미를 장식하는 종목이기도 해요.
지금까지 가을이면 생각나는 아이들의 올림픽! 가을 운동회의 이모저모에 대해 알려드렸는데요, 최근에는 운동회의 규모가 점점 축소되면서 간단하게 학년별 체육대회로 운동회를 대신하는 학교들도 늘어나는 추세라고 합니다.
아이들에게는 딱딱했던 교실에서의 수업에서 벗어나 단 하루, 즐겁게 뛰어 놀며 각종 경기를 통해 협동심과 책임감을 배우는 계기를 마련해주고, 학부모에게는 어린 시절 추억과 향수를 일깨워주는 운동회가 부디 처음 지녔던 의미와 목적을 간직한 채 오랫동안 이어졌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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