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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금요일에 떠나요

긴 밤, 당신에게 읽어주고 싶은 책 「밤은 책이다」



이동진. 영화 평론가로 유명한 그는, 기자라는 직업을 가졌던 그 시절부터 자신의 취향을 드러내는 일을 해 왔다. 평론가들에게 객관적인 시선을 요구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사람에게 취향이라는 것이 있는 한 평론은 결국 주관적일 수 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다만, 주관적인 취향을 바탕으로 대상을 바라보되 최대한 균형 잡힌 시선으로 봐주길 바랄 뿐.

그렇게 자신의 취향을 바탕으로 하는 일을 하는 그가 정말로 제대로 자신의 ‘好’를 100% 반영하는 책 「밤은 책이다」 를 출간했다. 전 직장이던 신문사에서 영화 관련 기사를 쓰던 그 때부터 영화 관련 텔레비전 프로그램에 출연하고 라디오 DJ를 하는 지금까지 그와 영화는 결코 분리될 수 없는 사이였다.

 

그래서 그 동안 출간한 몇 권의 책들은 모두 영화와 연결되어 있었다. 그런데 이번엔 영화가 아닌 책을 이야기한다. 책과 관련된 책을 출간한다는 소식을 듣자마자 가장 궁금했던 것은 역시 그의 책에 대한 취향이었다. 

누군가에게 관심이 가기 시작하면, 그 사람과 관련된 여러 가지들이 궁금해진다. 어디에 사는지, 뭘 하는지, 뭘 먹는 지 같은 것처럼 사소하면서도 구체적인 정보들도 그렇지만 특히 그 사람이 머무는 공간, 더 정확하게는 책이 꽂혀있는 곳 서재가 궁금해진다.

그가 선택한 책을 보면 그를 좀 더 알 수 있을 것 같은 생각이 들어서 그런 것일지도 모르겠다. 책을 고르는 취향을 알고 나면 일면식이 있는 사이이든, 나만 일방적으로 아는 사이이든 한결 가까워진 느낌이 든다.

책에 대한 그 사람의 그 취향은 그의 생각과 관심사가 어디로 향해있는 지를 알게 하는 가장 정확한 잣대이니까.  그래서 이 책을 읽고 나면 영화 평론가뿐만 아니라, 라디오 DJ등의 역할을 하며 대중적으로 은근히 지지 받고 있는 그를 좀 더 잘 알게 될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최근 1년 간 라디오를 진행하며 직접 쓴 원고를 DJ로서 낭독했던 원고를 바탕으로 한 이 책은  「혼불」  같은 소설에서 「총,균,쇠」 같은 인문서까지 다양한 분야의 총 76권의 책들의 구절과 그에 대한 저자의 단상이 기록되어 있다. 작가의 말을 통해 이 책을 활자와 전파를 매개체로 삼아 세상에 말을 거는 방식이라고 밝히고 있을 정도이니 그에게 책은 좋아한다는 표현으로는 부족한 그 이상의 존재인 것 같다. 책을 정말 사랑한다면 문자의 형태로 책에 박혀 있는 지식이나 서사뿐만 아니라 책의 냄새, 책의 감촉, 책을 파는 공간, 책에 서린 정신 등등 책에 관련된 모든 것을 사랑할 수 밖에 없다고 믿는다 하는 그에게 책은 일상이고, 세상이다. 이 책을 통해 그는 그토록 사랑하는 책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자신이 보고 느끼는 세상으로 초대한다. 책의 구절이 주는 사색, 그 사색이 주는 즐거움을 절절히 전파하면서.

인용한 책들의 면면을 보면 확실히 러시아 작가, 영미권 작가, 일본, 한국 작가까지 다양한 나라의 문학 작품들이 많은 편이고 간혹 본인이 쓴 책도 보인다. 흔히 고전이라 불리는 책들도 있고, 영화와 관련된 책들도 있다. 이렇게 다양한 책의 구절들을 인용하기까지 그가 책과 함께 보냈을 시간을 생각해보면 그의 말처럼 그는 책의 모든 것을 사랑하는 것임이 틀림 없다.


이 책은 그렇게 ‘책’에 대한 기록인 동시에 ‘밤’에 대한 찬가이기도 하다. 주로 밤에 깨어 활동하고 새벽 해가 뜨면 잠 드는 야행성 생활을 하는 저자는 밤의 어렴풋한 공기 속에서 꺼내 들었던 책들과 그 책이 주는 잔상을 잔잔하게 풀어놓았다. 감성적인 생각들이 담겨있으나 감정 과잉은 없고, 삶에 대해 고민하고 돌아보게 하지만 훈계하려고 들지는 않는다. 그렇다고 단순하게 책 소개와 설명으로만 끝내는 얄팍함을 보이지도 않는다. 적정선을 지키며 적당히 이야기할 줄 아는 미덕을 발휘할 줄 아는 것이 이 책이 가장 좋은 점이다. 
  

 

 

 

 

 긴 밤, 쉽게 잠들지 못 할 때 꺼내 들었던 책이 누구나 한 권쯤은 있을 것이다. 두껍고 지루한 책이라 펼치자마자 잠이 들게 해준 책도 있을 것이고, 오히려 뒷부분이 궁금하여 다 읽느라 밤을 지새우게 만든 책도 있을 것이다. 어떤 방식으로든 적막하고 고독한, 오롯이 혼자인 것만 같은 기분이 드는 밤을 함께 채워준 책은 쉽게 잊혀지지 않는다. 

불면의 밤을 보내는 이들에게 기꺼운 마음으로 소개해주고 싶었던 책들을 모은 이동진의 「밤은 책이다」는 이제 그 자체로 잠 못 이루고 뒤척이게 되는 밤 꺼내 읽고 싶은 책, 그리고 불면으로 힘들어하는 누군가에게 읽어주고 싶은 책이 될 것 같다. 밤은, 책이다. 라는 제목처럼.


* 글은 대교 리브로 웹진 부커스에 소개 된 이예지<whoyouaki@libro.co.kr>님의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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