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어는 무척추동물 중에서 지능이 가장 높은 것으로 알려진 동물이에요. 도구를 사용하는가 하면 고등동물의 전유물이라 생각됐던 놀이 행동도 척척 해내는데요! 오늘은 ‘바다의 천재’라고 불리는 문어의 비밀을 알아볼게요. ^^
<2010 남아공월드컵에서 활약한 점쟁이 문어 파울 (출처 : https://youtu.be/kFvrAdyFUJ8)>
독일 오베르하우젠 해양생물박물관에는 2m 높이의 문어 조각상이 세워져 있어요. 바로 지난 ‘2010 남아공 월드컵’ 때 승패를 알아맞힌 점쟁이 문어 ‘파울’을 기념하는 조각상이랍니다. 파울은 독일의 경기 7번과 결승전까지 총 8번의 승패를 예측한 결과 모두 맞혀 성공률 100%를 기록했어요. 승패의 확률이 2분의 1임을 감안할 때 예측 8번이 모두 적중 할 확률은 256분의 1, 즉 0.39%밖에 되지 않죠. 이 때문에 우승팀 스페인은 파울에게 명예시민권을 수여할 정도로 당시 파울의 인기는 어마어마했어요. 대회가 끝나고 4개월 후 파울은 자연사했으며, 오베르하우젠 박물관은 그를 추모하기 위해 조각상과 기념관을 만들었어요.
지난해에는 뉴질랜드 네이피어 국립수족관에서는 수조에 있던 문어가 탈출해 바다로 되돌아간 사건이 벌어졌어요. ‘잉키’라는 수컷 문어가 그 주인공인데요, 잉키의 탈출 경로를 조사한 전문가들은 수족관 위쪽의 조그만 구멍을 통해 밖으로 나온 뒤 수족관 바닥을 가로질러 지름 150㎜의 배수 파이프를 타고 바다로 탈출한 것으로 추정했어요. 주변 환경을 잘 숙지하지 않으면 도저히 성공할 수 없는 신출귀몰한 대탈주인 셈이죠. 이러한 사례를 미루어보았을 때, 사람들이 문어더러 똑똑하다고 칭하는 게 결코 틀린 말이 아님을 알 수 있죠.
우리가 흔히 '문어 머리'라고 부르는 부분은 사실 머리가 아니라 몸통으로, 그 속에는 창자가 들어 있어요. 문어의 뇌는 몸통과 다리의 연결부에 있는데, 크기는 작지만 능력은 매우 뛰어나요. 또한, 3억 개의 신경세포는 대부분 뇌가 아니라 다리에 집중되어 있는데요, 즉 의식이 뇌뿐 아니라 다리까지 분산되어 있는 셈이죠.
이처럼 특이한 뇌 구조를 지닌 문어는 미로 학습 실험 결과에서도 우수한 능력을 보였어요. 잉키의 탈출은 결코 우연이 아니라는 것이죠.
문어의 뛰어난 지능은 2015년에 발표된 게놈 분석 결과에서도 증명됐는데요, 당시 세계적 과학 저널 「네이처」에 게재된 논문에 의하면 문어의 유전자 개수는 인간만큼 많으며 심지어 단백질 코딩 유전자는 인간보다 훨씬 많다고 해요. 게다가 신경세포를 발달시키고 상호작용을 돕는 프로토 카데린이라는 유전자의 숫자는 다른 무척추동물의 10배에 달하고, 일반 포유류보다 2배나 많은 것으로 밝혀졌어요. 이는 문어가 유전학적으로 사람만큼 지능이 발달한 고등 생물일 수 있다는 의미랍니다.
서구권에서는 문어를 무서운 괴물로 인식하고 예로부터 불길한 생물이라고 여겨왔는데요, 이처럼 문어가 옛날부터 괴물 취급을 받아온 것은 인간과 형태가 너무나 다르기 때문이에요. 우선 문어는 심장이 3개랍니다. 내장기관에 혈액을 공급하는 심장 한 개와 좌우 아가미에 한 개씩 있죠. 또한, 문어의 피는 푸른색인데요, 보통 동물의 피가 빨간 것은 적혈구 속에 다량으로 들어 있는 색소 단백질인 헤모글로빈 때문이에요. 하지만 문어 같은 연체동물은 혈액 내에 혈청소라고 불리는 헤모시아닌이 있는데, 이 색소 단백질은 철 대신 구리를 산소 운반에 사용하므로 산소와 결합하면 피가 파란색을 띠게 돼요. 헤모글로빈은 기온이 낮아지면 혈액의 점도가 높아지면서 혈관을 막아 제대로 작동하지 못해요. 헤모시아닌은 산소 결합 능력이 헤모글로빈보다 떨어지지만 낮은 온도에서도 잘 작동하기 때문에 심해에 사는 문어에게 더 적합한 것이죠.
이처럼 문어는 인간과 신체 시스템이 다르지만 사람을 인식하고 도구를 사용하는 능력을 지닐 만큼 영리하답니다. 미국 시애틀 수족관의 과학자들이 실험한 결과, 문어는 자기를 지속적으로 괴롭히는 사람이 나타나면 먹물을 뿜거나 호흡률이 높아지는 등의 반응을 나타내 특정 사람을 알아 보는 것으로 밝혀졌어요.
또 인도네시아 근해에 사는 핏줄문어는 코코넛 껍데기를 침구로 사용한다는 사실이 보고됐답니다. 이제까지 도구를 사용할 줄 아는 동물은 영장류와 까마귀 같은 일부 조류에 한정되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 같은 상식을 무척추 동물인 문어가 깨버린 거죠. 문어의 모습만 보고 괴물이나 하등동물로 취급한 것은 인간중심주의의 대표 사례라고 할 수 있어요.
함께 알아보면 더 재미있는 상식! 문어의 위장술
문어는 보호색과 몸을 변형시키는 의태능력을 지녀 바위에 붙으면 바위색으로 변하고, 산호 옆에 있으면 산호와 같은 색으로 변해요. 이처럼 피부색을 변형시킬 뿐 아니라 문양과 질감 또한 0.7초 만에 바꿀 수 있답니다.
이처럼 문어가 피부색을 자유자재로 바꿀 수 있는 이유는 색소주머니 덕분인데요, 문어의 색소주머니는 근육섬유와 연결돼 근육이 수축하면 주머니가 커지면서 주변의 피부가 주머니 속 색소와 같은 색으로 변해요. 또한 문어는 천적을 만났을 때 넙치나 바다뱀 등 다른 바닷물고기로 변신하는 재주가 있답니다.
인도네시아 연안에 서식하는 ‘흉내 문어’는 자이언트 크랩이나 불가사리 등 무려 40가지의 바다생물로 변신할 수 있어요. 몸의 90%가 인간의 혀와 비슷한 근육으로 이루어져 자유자재로 모양을 바꿀 수 있는 것이랍니다.
이렇게 바다의 천재로 불리는 문어의 이모저모를 살펴보았는데 어떠셨나요? 마지막으로 한 가지 더 재미있는 이야기를 들려드리자면, 문어는 서구권에서는 괴물 취급을 받아왔지만 우리 조상님들은 문어를 똑똑한 물고기라 칭하며 좋아했다고 해요. 문어는 한자로 文魚라고 쓰는데요, 문어가 위기에서 탈출하려고 뿜어대는 먹물이 지식인의 상징으로 간주되어 '글월 문(文)'자가 붙었다고 해요. 먹물을 뿜어내는 특성이나, 큰 머리(사실은 머리가 아니라 몸뚱이이지만 말이죠^^)를 지닌 외형 덕분에 우리 조상님들은 문어를 '양반 고기'나 '똑똑한 고기'라고도 불렸다고 하네요. 이 때문에 우리나라에서는 예로부터 비늘이 없는 생선은 제사상에 올리지 못하지만, 먹물이 있는 문어만큼은 특별히 허락하고 오히려 귀하게 여겨 제사상에 올리기도 했답니다. 또, 우리나라뿐 아니라 동양에서는 딱히 문어가 두려움의 대상이 된 적은 없다고 해요. 가까운 이웃나라 일본에서도 중생의 병고를 고치는 부처님인 '약사여래'가 문어를 타고 바다를 건넜다는 전설이 전해질 정도이니 말이죠. ^^
같은 생물인데 이렇게 문화권에 따라 취급이 전혀 달랐다는 점이 참 재미있기도 하고 신기하네요. 이처럼 문어는 알면 알수록, 그리고 얽힌 이야기들을 살펴볼수록 신기하고 매력적인 생물이랍니다. 아이들과 함께 과학 서적이나 기사를 찾아보며 이에 대한 대화를 나눠보시면 더욱 좋을 것 같아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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