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유하지 않고도 소중한 것을 지니는 법.
어린 시절 하얀색 치와와를 키웠다. 말귀를 잘 알아듣는 영리한 강아지였는데, 식구들 중 내가 제일 그 강아지를 예뻐했다. 어느 날 강아지와 산책을 나간 적이 있었다. 당시 초등학생 2학년 정도 밖에 안된 나는 그만 실수로 강아지 목줄을 놓치고 말았다. 강아지는 목줄을 당기면서 발길을 재촉 했던 나의 손길이 불편했는지, 내가 목줄을 놓치자 마자 앞으로 무작정 달려가기 시작했다. 당황한 나는 강아지를 잃을 수도 있다는 생각에 무작정 강아지를 쫓았다. 하지만, 강아지는 내가 쫓으면 쫓을수록 더 멀리 도망갔고, 우리 사이는 점점 더 멀어졌다. 더 이상 뛸 수 없는 상황이 되자 나는 땅 바닥에 주저앉아버렸다. 그리고 강아지를 쫓는 것을 포기했다. 그러자 강아지는 뛰는 것을 멈추고 주저 앉은 나에게 와서 안겼다. 그때는 뒤를 쫓는 나를 피해 무작정 도망가는 강아지가 얄밉고, 미웠지만, 지금 생각해 보면 강아지는 답답한 목줄에서 벗어나, 마음껏 뛰고 싶었던 것 같다. 자신을 무서운 기세로 뒤 쫓는 나를 보고, 강아지는 더 놀라서 도망갔던 것이 아니었을까?
아주 오랫동안 알고 지냈던 친구와 최근 멀어졌다. 중학교 때부터 알고 지냈던 친구였고, 서로에 대해 많은 것을 알고 있다고 생각했던 친구였다. 그러한 친구와 멀어지는 일은 상당히 힘든 일이었다. 친구와 몇 주째 연락하지 않으면서 생각했다. 왜 친구와 멀어졌을까? 무엇이 문제였을까? 그때 어린 시절 강아지와 산책하다 강아지의 목줄을 놓쳤던 일이 생각났던 것은 왜였을까. 소중한 사람들을 잃고 싶지 않은 마음이 강해질수록, 그 사람들을 잃을 까봐 불안해하는 마음도 커지는 것 같다. 목줄을 놓치고 뛰어가는 강아지를 잃을 까봐 더욱 힘을 내면서 뒤쫓던 나의 모습처럼. 친구와의 관계에서도 이해보다는 욕심을 더 부렸던 것 같다. 그리고 멀어지는 친구에게 나를 왜 이해해주지 않냐고, 갑자기 왜 그러냐고 다그쳤던 것 같다. 그럴 때마다 친구와의 관계는 더욱 멀어졌다.
『라이프』는 파울로 코엘료의 작품에 등장하는 최고의 문장들을 담아내었는데, 그 중 ‘사람이 사람을 소유할 수는 없기 때문에 나는 누군가를 잃지 않는다’라는 구절을 읽으면서 생각했다. 어쩌면 소중한 사람이 떠나가는 것에 괴로워하고, 잃고 싶지 않아하는 감정들이 욕심이 아닐까? 소중한 사람들을 잃고 싶지 않은 감정들이 욕심을 만들고, 그 욕심은 소중한 것들을 오히려 더 멀어지게 한다. 멀어지는 소중한 것들에서 한 발 물러나 자신을 돌아보는 자세가 필요할지도 모른다. 어린 시절. 도망가는 강아지를 뒤쫓는 것을 포기하자 강아지가 나에게 다시 안겼던 것처럼, 소유하고 싶은 욕심 때문에 사람들을 잃는 일이 없기 위해서는 욕심을 버리는 자세가 필요하다. 그것이 소유하지 않고도 소중한 것을 지니는 법일 지도 모르겠다.
* 글은 대교 리브로 웹진 부커스에 소개 된 안나<na_ahn@daekyo.co.kr> 의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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