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에 사는 아이들은 농어촌에 사는 아이들에 비해 자연을 느끼고, 생태를 체험할 기회가 많지 않은 것이 현실인데요, 그래서 오늘은 집에서 엄마 아빠가 쉽게 가르칠 수 있는 생태교육 방법을 소개해 드리려고 합니다.
'생태'는 언뜻 자연과 비슷하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다른데요, 자연은 ‘인간이 만들지 않은 모든 것’을, 생태는 ‘생명체가 주변 환경과 관계를 맺고 있는 상태’를 말합니다. 그래서 생태는 어느 한쪽이 사라지면 전체가 와르르 무너질 수 있는데요, ‘꿀벌이 사라지면 4년 안에 인류는 멸종할 것’이라는 아인슈타인의 예언도 같은 맥락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도시에서 나고 자란 아이들은 어려서부터 자연에 관심을 갖지 않으면 나중엔 왜 자연을 지켜야 하는지 이유를 모른 채 살아갈 수도 있으니, 아이의 눈높이에서 생태교육을 해주세요.
“바닷속이 워낙 크고 깊어서 바다에서 나는 생물 역시 끝이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아. 그래서 그물을 이용해 바다 밑바닥까지 긁어서 뭐든지 닥치는 대로 잡아들이지. 어업에 쓰는 큰 그물은 비행기 13대가 들어갈 정도로 엄청 커. 긴 낚싯줄에는 바늘이 수천 개씩 달려 있지. 그런데 이렇게 큰 그물로 잡고 물고기의 반 이상을 버린다는 거야. 어부가 원래 잡으려던 종류가 아니면 죽은 채 다시 바다에 버리기 때문이지. 참치 역시 흔한 생선인 줄 알지만, 커다란 어선들이 참다랑어가 있는 곳이면 어디든 가서 잡는 바람에 이젠 수가 많지 않아. 또 음파탐지 같은 첨단 기술과 비행기까지 이용해 잡기 때문에 거의 90%가 줄어들었지. 이렇게까지 물고기 수가 줄어드는 이유는 어린 물고기까지 모두 잡아 바닷가에서 가둬 놓고 키우기 때문이야. 바닷속 야생동물인 물고기를 너무 많이 잡으면 아예 없어져 멸종할지도 몰라.”
한 TV 프로그램에서 아이들에게 바닷가재를 친구라고 소개하는 장면이 나온 적이 있습니다. 바닷가재를 한참 보던 아이가 “얘 배고픈가 봐. 우리가 밥 줄까?”라고 말하자 어른은 “밥? 우리가 곧 먹을 건데. 우리 이제 맛있게 먹기 위해서 요리해야 해. 안녕~ 이따 뱃속에서 봐.”라고 얘기합니다. 좀 전까지는 아이에게 친구라고 얘기하고는 금세 잡아먹을 거라고 말합니다. 비단 TV 프로그램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횟집 수조 속 물고기를 보며 입맛을 다시고, 새우는 산 채로 구워먹는 게 맛있다는 부모의 말과 행동에서 아이는 혼란을 느끼게 됩니다. 살아있는 생물에 대한 어른들의 이중적인 태도 때문이지요. 이는 은연중에 아이에게 그릇된 자세를 가르칠 수 있습니다. 아예 먹지 말라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아이 앞에서 생명을 존중하는 일관된 자세를 보여야 한다는 것입니다.
“도시에서는 여러 동물을 볼 수 있어. 강아지나 고양이처럼 귀여운 애완동물뿐만 아니라, 비둘기처럼 반갑지 않은 동물도 있지. 왜 반갑지 않냐고? 비둘기는 길거리에 버려진 음식물 쓰레기나 토사물을 먹고,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배설물을 뿌리고 다니기 때문이야. 또 몸 속에 많은 벼룩이 살고 있어. 그래서 어른들이 비둘기를 만지지 말고 피해 다니라고 얘기하는 거야. 그렇다면 비둘기는 원래부터 유해 동물이었을까? 원래 비둘기는 평화를 상징하는 야생동물이었어. 숲이 사라지고 그 자리에 도시가 들어서면서 함께 살게 되었지. 모든 동물이 도시에 적응해서 살진 못해. 하지만 잡식성인 비둘기는 뭐든 먹어 치우는 왕성한 식욕 덕분에 살아남았어. 그렇다면 우리는 비둘기를 어떻게 대해야 할까? 위험하든 징그럽든, 싫든 좋든 우리는 이 지구에서 여러 다른 생명과 함께 살아가야 해. 사실 우리가 그들의 삶의 터전을 빼앗은 것이나 마찬가지거든. 그러니 비둘기가 근처에 왔다고 소리지르고 도망치거나 혐오하는 눈빛으로 바라봐선 안 되겠지?”
비둘기가 골칫거리가 아니라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비둘기 배설물이 건물을 부식시키고, 위생상 문제도 큽니다. 하지만 비둘기를 퇴치하는 것보다 아이에게 인간으로서 먼저 가르쳐야 하는 것은 ‘다른 생명과 더불어 사는 법’입니다. 북극 지역에 사는 사람들은 지구온난화의 여파로 부족해진 먹이를 찾아 민가에 찾아오는 북극곰을 걱정하고, 호랑이가 사는 숲 인근의 마을 사람들은 산책 한 번 잘못 나갔다가 닥칠 수 있는 위험을 늘 인지합니다. 이처럼 아이에게 우리가 동물들과 같은 땅을 공유한다는 사실, 동물과 갈등을 겪더라도 삶의 일부로 받아들이는 자세를 가르쳐야 합니다.
“원래 숲은 커다란 하나의 덩어리야. 그런데 도시를 개발하고 이를 연결하기 위해 도로를 만들면서 숲은 조각났지. 때문에 동물들은 살 곳을 잃고 먹이가 부족해지면서 다른 곳으로 이동하려고 도로를 건너. 하지만 동물은 도로에 익숙하지 않아. 특히 야생동물은 밤에 적응하도록 눈이 발달했는데, 갑자기 밝은 불빛을 보면 순간적으로 보이지 않거든. 더군다나 빠르게 달려오는 자동차는 피하기 힘들어. 그래서 자동차에 치여 죽거나 다치는 동물이 많은데, 동물이 도로에서 죽는 일을 ‘로드 킬(road kill)’이라고 해. 로드 킬을 줄이려고 산속 도로에는 야생동물 주의 표지판을 설치해 두었어. 만약 표지판이 보이면 어른에게 속도를 줄여 천천히 가야 한다고 얘기해.”
동물마다 차에 치여 죽는 이유는 다릅니다. 평소 바위를 핥아 소금을 얻는 사슴은 겨울철 눈을 녹이려고 뿌려놓은 소금을 먹다가 사고를 당하는 일이 많습니다. 또 개구리는 올챙이일 때 연못에서 살다가 크면 숲으로 들어가는데, 몸집이 작다 보니 큰길을 건너는 데 시간이 오래 걸려 자주 사고를 당합니다. 뱀이나 작은 새는 햇볕을 받아 따뜻해진 도로에 모여들어 사고를 당하기 쉽습니다. 이처럼 생태계 파괴가 동물에게 엄청난 영향을 끼친다는 것을 아이에게 알려줘야 합니다.
위에서 알려드린 대로 아이와 함께 ‘생태’에 대한 이야기를 충분히 나눴다면, 이번에는 아이와 함께 생태문제를 몸소 체험할 수 있는 활동을 해보세요.
식물이 없이는 사람은 물론 생명체 대부분이 살 수 없는데요, 식물을 먹잇감으로 삼는 동물이 멸종하고, 먹이사슬의 영향으로 인간의 생존까지도 위협을 받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식물학자들은 미래에 식물에 문제가 생기거나 사라질 수 있다고 예측하고 식물을 보호하기 위한 씨앗은행, 씨드뱅크를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씨드뱅크(Seed bank)는 말 그대로 씨앗을 보관하는 은행으로, 대형 냉장고와 같은 형태에 온도가 영하 18도 이하로 맞춰져 있습니다. 씨드뱅크 안에는 인간의 식량으로 사용하는 곡물이나 멸종위기 식물, 연구가 필요한 식물의 씨앗을 보관하는데요, 씨앗들은 봉투에 담아 채집한 날짜와 학명, 채집 장소, 채집한 사람 등 자세한 정보를 적어 두었습니다. 우리가 흔히 '씨'라고 부르는 종자는 살기 적당한 환경이 될 때까지 휴면 상태를 유지하는데요, 동물에 비유하면 겨울잠을 자는 것과 비슷합니다.
그래서 씨드뱅크는 낮은 온도를 유지해 발아되지 않도록 휴면 상태를 최대한 길게 유지합니다. 하지만 종자에 따라 휴면 기간이 달라, 짧게는 몇 주에서 몇 년이 걸리기 때문에 씨앗 보관이 일정 기간을 넘으면 발아시켜 식물을 복원하고, 복원된 식물이 씨앗을 맺으면 다시 보관하는 식입니다. 주말에 아이 손을 잡고 국립백두대간수목원이나 국립해양생물자원관에 가보는 것은 어떨까요?
국립백두대간수목원에는 우리나라 산과 들에 자생하는 야생화의 씨앗을 모아둔 씨드볼트가 있습니다. 밀폐된 공간이라 직접 관람은 불가능하지만, 종자의 저장을 설명한 전시관과 실물 크기의 씨드볼트 모형을 볼 수 있습니다. 국립해양생물자원관에는 우리나라 바다에 서식하는 해양 생물 표본 5,000여 점을 모아둔 씨드뱅크가 전시관 한가운데 위치하고 있는데요, 1층은 직접 관람이 가능하고, 2층부터 8층까지는 cctv를 움직여 1층 모니터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탄소발자국은 일상생활 속에서 만들어 내는 온실가스, 특히 이산화탄소의 양을 뜻하는 표시인데요, 이산화탄소는 방에 불을 켜거나 컴퓨터를 사용하고, 자동차를 타는 등 일상생활에서 발생합니다. 이 탄소발자국을 아예 없애는 것은 불가능하지만, 줄이는 것은 가능합니다.
예를 들면, 보일러 사용시간을 1시간만 줄여도 한 달에 23kg, 1년에 140kg을 줄일 수 있으며, 엘리베이터 대신 계단을 이용하고, 사용하지 않는 플러그를 뽑는 등 조금만 불편을 감수하면 됩니다.
한국 기후·환경 네트워크(www.kcen.kr)에서는 탄소발자국을 계산할 수 있는 ‘탄소발자국 기록장’을 제공하고 있는데요, 이를 이용해 여러 가지 항목 중 실천 가능한 것을 체크하고, 매월 실천한 수칙을 기록해 절감한 온실가스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매주 실천한 내용과 소감을 주간 일기장에 기록하는 것도 가능합니다.
팜유는 기름야자 열매를 짜서 만든 식용 기름으로, 콩이나 옥수수 기름보다 값이 저렴해 과자, 라면 등 가공식품에 많이 사용됩니다. 때문에 많은 기업에서는 팜유 농장을 만들기 위해 동남아 열대우림을 파괴하고 있는데요, 특히 세계 최대 팜유 산지인 인도네시아에서는 한 시간에 축구장 500개 크기의 숲이 사라지고 있습니다.
인도네시아는 숲의 5분의 1을 잃었고, 수마트라 호랑이, 수마트라 오랑우탄, 보르네오 오랑우탄은 서식지 파괴로 멸종위기종이 되었습니다. 매년 약 1,000마리나 되는 오랑우탄이 죽어가고, 이대로라면 20년 내로 멸종될 위기에 처하게 됩니다. 그렇다면 우리가 오랑우탄을 지키고, 지구의 허파 역할을 맡고 있는 열대우림을 보호하기 위해 무슨 활동을 할 수 있을까요?
아이들이 좋아하는 초콜릿에도 팜유가 들어 있습니다. 아이와 함께 팜유를 사용하는 초콜릿 제조업체에 편지를 써보세요. 우선 원재료를 살펴 팜유를 사용하는 초콜릿 제조업체의 이름과 주소를 파악한 다음 아이와 함께 팜유 대신 카카오버터를 사용해 달라는 편지를 써보세요.
실제 영국 캐드버리라는 회사는 원가를 절감하려고 카카오버터 대신 팜유를 사용하기로 했다가 국회의원의 메시지, 소비자들의 운동으로 몇 주 만에 카카오버터만 함유된 초콜릿 생산을 재개하기도 했는데요, 이러한 내용을 아이에게 알려주세요. 주위 사람들에게도 사실을 알려 동참하는 서명을 함께 넣으면 더욱 효과적이겠죠? ^^
무분별한 개발로 전 세계 많은 동물이 이미 멸종 위기에 놓여 있는데요, 지구의 모든 생물은 서로 먹고 먹히거나 도움을 주고받는 관계로 얽혀 있기 때문에 어느 한 종이 멸종하면 또 다른 종이 멸종할 수 있습니다. 사람도 결국 살 수 없는 상태가 될지 모르는데요, 국제 사회는 동물의 멸종 속도와 위험성을 인식하고, 멸종 위기에 처한 동물을 보호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도 멸종위기 동물을 지정·관리하고 있는데요, 한국의 멸종위기종 사이트(www.korearedlist.go.kr)에 들어가면 자세히 확인할 수 있습니다.
아이와 함께 우리나라 멸종위기 동물사전을 만들어 보는 것은 어떨까요? 이 과정에서 아이는 산이나 강에서 마주친 동물을 함부로 잡거나 해쳐서는 안 된다는 걸 스스로 깨닫게 됩니다. 과거에는 흔했던 삵, 하늘다람쥐 같은 동물이 현재 멸종위기 종에 속해 있는데요, 멸종 위기의 동물들에는 어떤 동물이 있는지, 그 동물의 분류, 수명, 사는 곳 등 특징을 알아보고 나아가 멸종 위기 원인까지 적어보는 생태교육을 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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