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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금요일에 떠나요

지금, 이 순간, 한국 소설의 흐름이 궁금하다면 「이상문학상 작품집」



겨우 스물 일곱 해의 삶을 살고 세상을 떠난 박제된 천재.  
시  『오감도』,  『건축무한육면각체』  등과 소설  『날개』 로 대표되는 이상의 작품들은 독특한 형식과 난해한 내용으로 당대에는 물론 지금까지도 줄곧 파격의 상징으로 여겨져 왔다. 짧은 생이었으나 소설, 시, 수필 등 여러 작품을 남겨 많은 문학가들의 연구 대상이었던 이상.
바로 그 이상을 기념하기 위하여 매 해 발표되는 중,단편 소설 작품 중 뛰어난 작품을 대상 1명, 우수상 10명 이내로 선정하여 시상하는 이상문학상이 해마다 진행된다.

우리나라에는 여러 문학상이 있다. 그 중에서도 대중적으로 가장 많은 관심을 받는 것은 아마 이상문학상일 것이다. 그걸 입증이라도 하는 듯 김승옥, 이청준, 박완서, 최인호, 이문열 등 한국 현대 문단의 주요 작가들의 이름을 역대 수상자 목록에서 발견할 수 있다. 이상 문학상이 만들어진 이래 매해 이루어진 시상과 수상작을 모은 작품집 출간은 한국 현대 소설가들의 다양한 작품을 소개하는 것은 물론, 현대 소설의 흐름을 가늠할 수 있게 해 준다. 그래서인지 여러 문학상 수상작 모음집이 출간되지만 가장 많은 사랑을 받는 책 역시도 이상 문학상 수상작 모음집이다.

  

 

 

 관례에 따라 2012년이 되자마자 이상문학상 수상작이 선정되었다.
올해의 대상작은 김영하 작가의 『옥수수와 나』.  「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 , 「오빠가 돌아왔다」 , 「빛의 제국」 , 「검은 꽃」 , 「퀴즈쇼」  등으로 젊은 독자들의 지지를 받아 온 인기 작가인 김영하가 동인문학상, 황순원 문학상 등에 이어 이상문학상을 수상했다. 이로써 주요 국내 문학상을 모두 석권한 셈이다.


김영하의 이상 문학상 대상 수상작 『옥수수와 나』 는 한 소설가의 기묘하고 몽환적인 소설 창작기를 통해 인간이 추구하고 있는 육체적, 물질적 욕망이 삶의 진정성을 파괴하고 있는 현실을 환상적인 기법으로 보여주고 있다. 이 소설에 대해 이상문학상 심사위원단은 인간관계의 파괴를 도시적 문명과 제도의 횡포로 읽어내는 작가의 시각을 보여주면서도 쉽고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작품이라는 평을 했다. 이번 작품집에는 수상작과 함께 자선대표작 『그림자를 판 사나이』가 함께 수록 되어있어 김영하의 소설들을 새삼 다시 돌아보게 한다.

이번 수상으로 다시 한번 많은 이들의 주목을 받게 된 김영하 작가. 수상 소식과 더불어 17세에 죽은 친구를 가진 주인공이 친구를 잃은 상실감을 글쓰기로 극복하는 과정을 그린 새 장편 소설을  「퀴즈쇼」  이후 5년 만인 올해, 출간할 예정이라는 소식이 들려와 더욱 반갑다.


대상작 외에 작품집에 수록된 우수상 수상작들은 이제는 세상에 없는 한 사람에 대한 추억을 가진 사람들의 저녁식사 풍경을 그린 함정임의
 『저녁식사가 끝난 뒤』, 작년에 실제로 일어났던 사건에서 소재를 얻은 듯한 집배원 살인사건과 한 개인의 일상의 우연한 연결을 그린 김경욱의  『스프레이』, 우리가 살고 있는 도시와 꼭 닮은 큐비클로 가로막힌 회사 안의 풍경과 그 안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사정을 담은 하성란의  『오후, 가로지르다』, 계모에 대한 복잡한 마음을 담아 끓여낸 국수 한 그릇 이야기 김숨의  『국수』, 유리처럼 연약한, 상처투성이로 유리성안에 갇힌 마음을 가진 여자의 이야기 조해진의  『유리』, 기묘하고 미스터리한 사랑과 예술에의 열정의 상관관계를 담은 최제훈의  『미루의 초상화』, 80년대 왕십리의 풍경, 그 속에서 자란 한 사람의 이야기 조현의  『그 순간 너와 나는』 으로 총 7작품이다. 단편의 특성상 짧은 이야기이지만 수록 작 모두 그 속에 압축적으로 담긴 메시지가 인상적인 작품들이 많아 오랜만에 ‘읽는 재미’를 느끼게 해주는 작품 선집을 만난 기분이 든다.

 

 

 

 

 

 

 소재도 주제도 풍성한 수록 작들을 읽으며 책을 가만히 살펴보니 한 눈에 확 색다르게 다가오는 것이 있다. 바로 바뀐 표지. 황토색 바탕에 상단 전면에 배치되던 이상의 얼굴은 크기가 작아져 오른쪽 한쪽 위로 위치를 옮겼고, 이상의 얼굴이 작아진 대신 수상작가의 얼굴이 들어갔다. 그리고 폰트나 색감도 훨씬 밝고 젊은 분위기로 바뀌었다. 분위기 쇄신을 위해서 변경된 것으로 추측되는데 새로워진 표지만큼이나 혁신적이고 신선한, 작가 이상의 이름에 걸 맞는 이상 문학상의 행보를 보여줄지 기대가 된다. 아울러 매년 해가 바뀌면 어김없이 소식을 들려주는 이상문학상이 내년에도 좋은 작품들을 선정할 수 있도록 2012년 한 해에도 우리를 행복하게 해 주는 소설들이 많이 발표되었으면, 하고 바라본다.


* 글은 대교 리브로 웹진 부커스에 소개 된  이예지<whoyouaki@libro.co.kr>   의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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