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LIFE/금요일에 떠나요

조선 후기 세책업의 발달과 소설의 유행_<조선의 베스트셀러>




책을 살 때 서점가에서 ‘베스트셀러’ 순위를 참고 하시는 편인가요?

서점가에서 베스트셀러는 이름 그대로 일정 기간 동안 가장 많이 팔린 도서를 말하는 것으로 지금 시대상을 반영하기도 하고, 사람들의 관심사를 알 수 도 있습니다.

물론 옛날에도 다르지 않겠죠?
조선 시대에도 그 가치를 인정받지는 못했지만 여성들의 중심으로 소설을 탐독하는 그 열기는 대단했다고 합니다. 특히 중국에서 들여온 통속소설은 유행처럼 번졌고, 17세기 후반에는 전문적으로 그 책을 필사하고 대여 할 수 있는 곳도 생겼죠.

조선 시대에는 어떤 책들이 인기가 있었을 까요?
궁녀와 왕의 사랑이야기? 평범한 농부가 일확천금을 얻는 이야기?

인기 있는 소설은 분명 사람들의 욕구가 잘 표현되었다고 생각이 드는데요. 조선시대에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사람들이 빠지고 탐닉했던 소설! 그 소설들이 어떤 것들인지 알아보는 것만으로도 조선 시대, 우리 조상들의 생활과 바람을 재미있게 알아 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소개



임진왜란 이후 조선사회에 불기 시작한 소설 열풍과 이에 편승해 돈을 받고 소설을 대여해주던 세책업자들의 이야기를 엄밀한 학문적 탐구와 상상력으로 재구성한 책. 당시 남녀노소 지위 고하를 막론한 수많은 사람들이 탐닉한 소설 읽기에서 우리 조상이 향유하고 살아가던 일상의 풍경과 진면목을 재발견해볼 수 있을 것이다.

사대부가의 여성이나 하층민이 주로 찾았던 소설은 조선시대 내내 정당한 평가를 받지 못했지만 주류문화의 배척 속에서도 그 깊이와 폭을 넓혀 이제 당당히 우리 문학의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조선 후기 돈을 받고 소설을 대여하던 세책업과 세책업자, 그리고 그 독자와 소설 유통을 책임졌던 수많은 주체들을 재발견하는 장을 통해 우리 문학사를 바라보는 균형 잡힌 시각을 제공한다.



리브로 우수리뷰_   zol*** 



문화의 과잉 시대에 살고 있는 현대인들에게는 어둠이 내린 이후의 시간이 길게 느껴지지 않을 뿐더러, 그렇다 해도 밤새 즐길거리를 찾는 일이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니다. 그러나 향유할 수 있는 문화가 지극히 한정되었던 과거에는 긴 밤의 무료함을 달래기 위한 무언가가 절실했을 것임을 짐작하기 어렵지 않다. 오늘날에도 마찬가지겠지만 이러한 심사를 달래기 위한 것으로 이야기만한 것이 없었다. 게다가 조선시대 이야기의 향유 매체로서 글은 거의 유일한 수단이었을 것이므로 부녀자나 하층민 등 문자의 혜택을 받지 못한 계층에게는 언문의 보급이 특별히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이야기에 대한 욕구와 언문의 확산으로 인해 조선후기에 이르러 부녀자나 하층민들이 향유할 수 있는 언문소설은 양적 질적으로 풍부해졌다. 지금과 마찬가지로 흥미로운 것에 대한 소비자의 욕구는 자연스럽게 일어나고, 그러한 욕구에 발 빠르게 대응하는 약삭빠른 상인들의 움직임은 한 시대의 유행을 낳는다. <조선의 베스트셀러>는 조선 후기 독자들의 강렬한 욕구에 따라 소설이 유행하고 세책업의 성행하던 세태에 대한 풍속화이다. 이 책은 유통방식, 독자, 인쇄기술의 역학적인 관계를 통해 조선 후기 사회상을 다각적으로 조망한다.

오늘날의 책대여점에 해당하는 조선시대 세책방은 무협이나 만화책 등 대중적이고 가벼운 읽을거리들에 대한 대중의 요구에 발맞추어 성행하게 된 책대여점과 마찬가지로, 언문소설에 대한 당대의 강력한 욕구에 의해 발달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소설의 유행에 의해 추동된 조선 후기의 새로운 문화상품인 세책방은 역으로 소설의 발달을 부추기는 역할을 하기도 했다. 조선 후기 소설의 유행과 세책업의 발달은 이처럼 상호보완하며 한 시대의 문화적 유행을 주도하였다.

<조선의 베스트셀러>는 소설의 유행과 그 유행을 가능케 했던 유통방식으로서의 세책업에 대한 구체적인 모습을 그리고 있다. 언문의 확산과 새로운 시대의식, 상업의 발달이라는 시대적 조명과 함께 세책을 둘러싼 생산과 수용의 역학관계를 세밀하게 보여준다. 전문인력으로서 책쾌는 서적 중개상이자 편집자로 세책업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담당하였다. 이들은 책의 유통을 통해 이익을 취하는 것이 목적이었으므로 독자의 구미에 맞는 대중적이고 통속적인 책들을 구비해 놓고 영업을 했다. 처음에는 집집마다 돌아다니며 책을 팔거나 대여하였으나 소설 독자가 급증하자 한 장소에서 세책방을 열고 손님을 맞이했다.

책은 세책방에서 주로 유통되었던 필사본 고소설들에 대한 흥미로운 사실들을 많이 담고 있다. 세책본 고소설은 많은 사람의 손을 거치는 책이기 때문에 특별히 견고하게 만들어졌다. 표지를 두껍게 만들고 책장마다 들기름을 발라 두는 것은 물론이고 책장을 넘길 때 닳는 부분을 염두에 두고 글자를 비워둔 것까지. 이처럼 세심하게 제작된 세책본 고소설들은 세책문화가 당대의 문화상품으로 확고히 자리 잡았음을 짐작할 수 있게 해준다. 나아가서 이 독특한 유통방식으로 인해 당대인들의 사고의 흔적을 찾아볼 수 있다는 사실은 흥미롭다. 세책본 소설에는 그 책을 읽은 사람들이 남겨놓은 글이나 그림 등 각종 낙서들이 발견된다. 낙서의 내용은 대개 그들의 요구사항이나 욕구해소를 위한 직설적인 글귀나 음화들이었는데 이런 낙서들은 세책문화가 익명을 빌미로 억눌린 욕구를 배설하는 오늘날의 인터넷 공간과 유사한 역할을 했음을 또한 짐작할 수 있다.




세책문화의 발달은 수용자의 요구에 발맞추어 한층 발전해 갔다. 전통적인 문자생활에서 소외되어왔었던 부녀자와 평민들을 중심으로 한글 소설의 보급이 확산됨에 따라 자연히 세책문화도 발달하게 된다. 책 한권을 빌리는 값이 이틀 동안 쓸 수 있는 물 두 지게의 값과 맞먹는다고 하니 결코 싼 것이 아니었지만 수많은 사람들이 기꺼이 비싼 값을 지불하면서까지 원하는 책을 빌려 보려고 했다. 이러한 풍조는 비단 문화의 결핍에 대한 보상심리에 의한 것만은 아니라 인성이 억압되던 시대적 풍조에 의한 것이기도 했다. 소설에 탐닉하는 것이 고상한 취미는 아니었기 때문에 공공연한 향유방법은 없었다. 그러나 비밀스러운 일일수록 그 요구는 더욱 커지게 마련이어서 세책방의 인기는 오랜 세월 지속되었다.

세책방에서 인기 있었던 소설은 번안된 중국소설이나 국문 영웅 소설, 국내창작 한글소설 등이었는데, 마땅히 시간을 보낼만한 여흥이 없었던 독자들에게 이런 책들은 적적한 심사를 달래고 넓은 세상을 간접 체험할 수 있는 유일한 통로였다. 사회적 제약으로 억압되어 있던 독자들에게 세책은 골방의 현실에서 잠시나마 벗어날 수 있는 출구였던 셈이다.

조선시대의 세책 문화는 오늘날 책은 물론이고 텔레비전, 영화, 인터넷에 이르기까지 세상과 소통하는 다양한 매체들의 모든 기능을 끌어안고 있었다. 조선 사람들의 내밀한 욕구와 인성의 해소 수단으로서의 소설과 그 소설의 유통방식으로서의 세책업은 또 다른 문화를 낳았다. 유행하는 소설을 읽지 않으면 대화에 낄 수조차 없었다고 하니 이는 소위 대세라는 영화나 드라마를 안 보고서는 할 말이 없는 오늘날의 세태와도 다르지 않다. <조선의 베스트셀러>는 조선 후기의 세책문화를 통해 당대의 사회 풍속들을 효과적으로 보여줄 뿐 아니라 대중문화 확산의 시대보편적인 메카니즘을 확인할 수 있게  해준다.


* 위 리뷰는 2월 '리브로 우수리뷰' 뽑히신  zol***님의 글입니다.
   좋은 글을 남겨주신 zol***님 감사합니다



좀 더 자세한 책 소개와 더 많은 리뷰는 아래 링크를 참고 하세요
http://www.libro.co.kr/Product/BookDetail.libro?goods_id=010000734033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