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중파 방송의 한 예능 프로그램에서 출연 연예인과 동갑내기 시청자를 선별하여, 하루 동안 인생의 모든 것을 바꿔서 살아보는 코너를 방영한 적이 있습니다. 《타인의 삶》이라고 불려지는 이 코너의 출연 연예인 중 한 사람은 야구 선수인 시청자와 인생을 바꾸게 되는데요, 어릴 때 장래 희망이었지만, 이루지 못했던 야구 선수가 되어 연습 경기에 참가하는 모습이 보여주었습니다.
우리는 각자의 인생을 살아갑니다. 그래서 바쁜 일상으로 인해 자신의 테두리를 쉽게 벗어 나지 못 합니다. 야구 선수로서의 삶이 어떤지, 연예인으로서의 삶이 어떤지 궁금하지만 알 도리가 없습니다. 그 사람이 되어보지 않는 이상은 알 수 없기에 더욱 궁금하고, 알고 싶어집니다. 그래서 다른 사람과 영혼이 바뀌면 어떨까? 라는 생각을 해 본적이 있었는데요, 텔레비전에 등장하는 유명인이나, 혹은 남부럽지 않은 조건과 완벽한 외모를 가진 사람들은 어떤 삶을 사는지 궁금하였습니다. 저 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도 한 번쯤 가져보는 생각일 것입니다.
그래서인지 ‘다른 사람과 영혼이 바뀐다’는 빙의를 다룬 영화나 드라마가 상당히 많습니다. 특히 올해 반영 되었던 《시크릿 가든》, 《49일》 등 ‘빙의’를 다룬 드라마가 인기를 끌면서 ‘빙의’를 소재로 한 작품들이 사람들에게 많은 관심을 받고 있습니다. 최근 출간된 정수현의 『그녀가 죽길, 바라다』 역시 ‘빙의’를 다룬 로맨틱 미스터리 소설입니다.
정수현은 『압구정 다이어리』, 『셀러브리티』, 『페이스 쇼퍼』 등의 칙릿 소설로 젊은 여성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았는데요, 그녀의 작품들은 톡톡 튀는 문체로 솔직한 사랑이야기를 주로 다루었습니다. 하지만, 그녀가 선보인 기존의 작품과 전혀 다른 로맨틱 미스터리 소설 『그녀가 죽길, 바라다』의 출간 소식에 호기심이 생겼습니다.
『그녀가 죽길, 바라다』는 뚱뚱한 몸매에 평균 이하의 외모를 가진 뮤지컬 배우 지망생 윤재희가 교통사고로 뇌사에 빠지면서 시작됩니다. 뇌사에 빠진 상태에서 그녀는 의문의 목소리를 듣게 되는데, 그 목소리는 그녀가 죽을 운명이 아니었고, 영혼 마저 없어지지 않기 위해서는 다른 사람의 몸을 잠시 빌려야 한다고 합니다. 대신 자정 12시가 되면 그녀의 육체가 있는 병원으로 돌아와야 한다고 덧붙입니다. 그리고, 그 목소리의 말에 따라 그녀는 우연히 병원 앞에서 접촉 사고로 낯선 아줌마와 실랑이를 벌이고 있던 이민아의 몸을 잠시 빌리게 됩니다.
한편 과거 자신을 성폭행한 이들에게 복수를 꿈꾸던 이민아는 윤재희가 자신의 몸에 들어오면서 계획이 틀어집니다. 윤재희는 아름다운 얼굴을 가진 유능한 변호사인 이민아의 몸을 이용해 자신이 뚱뚱한 몸매와 못생긴 얼굴 때문에 이루지 못한 뮤지컬 배우에 도전하게 됩니다. 그리고 자신이 노력해도 절대 가질 수 없는 아름다움을 가지고 있는 이민아의 몸에 매료되면서 그녀의 몸을 탐내기 시작합니다. 자신의 몸을 지키려는 이민아와 이민아의 몸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려고 하는 윤재희가 서로 대립하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가 이 소설의 큰 줄기입니다.
그렇다고, 이 책이 이민아와 윤재희가 대립하는 이야기만 다루는 것은 아닙니다. ‘빙의’를 바탕으로 이민아와 윤재희의 숨겨진 이야기, 그리고 주변 인물의 갈등 구조들이 짜임새 있는 스토리로 긴장감 있게 펼쳐지는데요, 소설 속 곳곳에 숨겨 놓은 복선들은 마지막 부분으로 향하면서 전혀 생각하지 못한 결말을 이끌어냅니다.
소설을 읽으면서 숨겨진 복선과 내용의 흐름을 파악하여 결말을 상상하는 일이 종종 있습니다. 『그녀가 죽길, 바라다』도 읽으면서 머리 속에 다양한 결말들이 떠올랐는데요, 마지막 장으로 향하는 순간에도 어떤 결말이 나올지 감이 잡히지 않을 만큼 소설은 긴장감 있고, 속도감 있게 진행 됩니다. 그래서 400여 페이지의 소설을 단숨에 읽게 만듭니다.
특히, 총명한 두뇌와 아름다운 외모를 가진 이민아는 누구나 한 번쯤 살아보고 싶은 인생을 살고 있습니다. 그래서 그녀의 몸을 탐내는 윤재희이라는 인물에 공감하게 되었습니다. 이 소설은 자신이 가지지 못한 것을 가지고 싶어하는 인간의 심리를 윤재희라는 인물을 통해 보여주었는데요, 소설이 진행되면서 그녀를 통해 드러나는 인간의 욕망과 심리 변화가 상당히 흥미 있었습니다.
신세대의 톡톡 튀는 사랑이야기로 칙릿 소설의 아이콘이라고 불러지는 정수현. 기존 작품의 틀에서 벗어난 『그녀가 죽길, 바라다』가 그녀의 새로운 변화를 엿볼 수 있는 작품인 만큼 이 책을 통해 정수현의 새로운 변화를 느껴 보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 글은 대교 리브로 웹진 부커스에 소개 된 안나님<na_ahn@daekyo.co.kr>의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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