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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금요일에 떠나요

책이 가득한 집, 서재에의 로망 「책과 집」


책을 좋아한다고 하면 보통 독서(讀書)를 떠올린다.
집중해서 책을 읽고 있는 사람의 모습. 그런데 사실 책을 좋아한다는 의미에는 독서, 말 그대로 책을 읽는 것을 좋아하는 것 외에도 책이라는 물건 자체를 좋아한다는 의미도 포함되어야 하지 않을까? 우표를 수집하고, 구두를 수집하고, 그릇을 수집하는 것처럼 책에 소유욕을 발동시키는 사람들, 그렇게 단순하게 독서만으로 끝나지 않고 책이라는 물건을 좋아하는 사람들 중에는 간혹 읽지 않을 것을 알면서도 결국 그 책을 사고야 마는 사람들도 있으니까 말이다. 남들이 옷이나 장신구를 아이쇼핑 할 때, 서점에서 아이쇼핑을 하는 사람들.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언제나 ‘책을 어떻게 보관할 것 인가.’ 하는 문제에 부딪힌다. 진공으로 압축할 수 있는 옷이나 인형, 포개어 진열할 수 있는 그릇처럼 부피를 줄일 수 있는 방법이 없는 것이 바로 책이다.

책은 분철하지 않는 이상 처음 만들어질 때 생긴 부피를 그대로 유지한다. 분철한다 해도 일부분을 버리지 않는 이상 부피는 변하지 않는다. 그러니 책이 많아지면 많아질 수록 책을 보관하는 적절한 방법이 간절해진다. 그리고 이왕이면 보기 좋게, 멋지게 책을 정리하고 싶어 한다. 그러다 보니 책이 많은 사람들은 자신들만의 보관법이나 정리법이 있다.

제목순, 작가순, 장르순, 혹은 책 크기 순 등등 한 공간에 최대한 많은 책을 넣으면서도 책의 위치를 기억할 수 있는 방법을 고안해내야 하니 어쩔 수 없는 노릇이다. 이렇게 책을 좋아하고, 또 책을 진열하고 보관하는 방법에 대해 한 번이라도 고민했던 사람이라면 데이미언 톰슨의 「책과 집」 (원제 Books make a home)에 자연스럽게 눈길이 갈 것이다. 




이 책은 제목 그대로 책이 집에 있는 모습을 사진으로 담아내고 있다.
센스있는 감각이 돋보이는 인테리어로서의 책과 책꽂이의 역할을 보여주기도 하고, 서재를 꾸미는 방법을 유명한 서재의 사진과 함께 통해 알려주기도 한다. 서재뿐만 아니라 거실, 부엌, 침실, 복도, 현관, 욕실, 계단, 아이방 등 책이 있을 수 있는 집안 곳곳에 어떤 식으로 책을 진열할 수 있는지, 또 책을 어떻게 장식품으로 활용할 수 있는지를 실제 디자인 된 곳들을 예로 들어 설명한다.


특히 론 아라드의 ‘책벌레’ (Book worm by Ron Arad,)처럼 유명한 것에서부터 신진 디자이너들의 작품까지 다양한 책장들이 많이 나와 호기심을 자극하는데, 그 중에는 한국 디자이너 소은명 작가의 작품도 눈에 띈다. 어린 시절 나뭇가지에 편지를 붙이던 기억에서 영감을 얻어 만든 나무 형태의 이 책장은 책을 얹어두는 모양에 따라 가지에 책으로 된 잎이 다양하게 생기는 재미있는 책장이다.

책에서 소개한 책장들 중 개인적으로 가장 탐났던 것은 이탈리아 디자인회사 노바디&코의 ‘비블리오셰즈’(The Bibliochaise by Nobody & Co). 책장과 의자가 일체형으로 된 것으로 사면이 책꽂이로 되어있고 가운데 공간에 쿠션을 두어 앉을 수 있게 만들어 진 가구이다.

책장과 책이 일체형이니 책을 찾기 위해 움직이지 않아도 되고, 앉은자리에서 이 책 저 책 골라가며 책을 읽을 수 있다. 책에도 그렇게 설명되어있는데 말 그대로 책에 둘러싸여 있고 싶은 사람들의 마음을 제대로 자극한다.





비블리오셰즈처럼 눈길이 가는 몇몇 작품들은 인터넷에서 검색해보기도 했는데, 이 책이 번역서이다 보니 책에 소개된 것들은 아무래도 외국에서 유통되는 것이라 구하기가 힘들거나, 희귀한 작품이라 엄청난 고가의 제품이거나, 개인 소장용인 경우가 많아 실제로 구매하기엔 무리가 있어 보인다. 다만 책을 정리하고 보관하는 방법이 다양하게 소개되어 있으니 힌트를 얻어 실생활에 응용하는 데는 도움이 될 것 같다.

책이 가득한 누군가의 집 사진들이 페이지마다 실린 이 책을 보는 내내 호화롭게 잘 꾸며진 서재의 모습이나, 빈틈 없이 책이 가득한 방, 소박하면서도 아기자기하게 꾸며진 방들의 모습을 보면서 부럽다는 생각이 가장 많이 들었다. 책을 좋아하거나 한번쯤 서재, 책이 가득한 나만의 공간을 생각해 본 적이 있는 사람이라면 대부분 그럴 것이다.

아직은 집이 좁아서, 여건이 마땅치가 않아서 책이 가득한 집을 그저 꿈꾸기만 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이만한 대리만족을 주는 것도 없을 듯싶다. 비록 지금은 대리만족에 그칠지라도, 훗날 자신만의 서재를 꾸밀 때 이 책에서 배운 기발한 아이디어들이 분명 도움이 될 것이다. 그 날을 기약하면서 내 방 한 구석에 쌓여있는 책들에 「책과 집」을 추가해보는 건 어떨까.






* 글은 대교 리브로 웹진 부커스에 소개 된  이예지<whoyouaki@libro.co.kr> 의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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